약 1년 전 애플이 아이폰에서 어도비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발표해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플래시가 오픈되지 않은 기술이면서, 성능과 효율에서 모바일 기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애플의 변명이었다. 기업 간의 이익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들도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아직까지 아이폰에서는 플래시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애플은 거의 모든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플래시를 왜 아이폰에서 지원하지 않을까? 애플은 개발자들이 웹브라우저의 플러그인 형태로 제공되는 플래시 대신 HTML5라는 표준안을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애플과 더불어 구글도 HTML5를 지원하며 표준안 제정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실제로 HTML5를 사용하면 플래시의 화려한 영상효과나 메뉴 내비게이션, 멀티미디어 재생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가 있다.
HTML의 역사
HTML5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HTML의 역사(!)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HTML은 Hypertext Markup Language의 약자로 웹 페이지 만들기 위한 문서 규약이다. 통상 링크(link)라고 부르는 하이퍼텍스트(hypertext)를 통해 다른 웹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링크 덕분에 사용자는 웹을 통해 쉽고 빠르게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 WWW)이 인터넷 서비스의 대표 주자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HTML이라는 용어는 1991년에 처음 사용되었고, 1995년 World Wide Web Consortium(이하 W3C) 에서 정식으로 HTML 2.0 표준안을 발표했다. 그 후, 계속해서 단점을 보완하고 업데이트하여 지금 발표된 최신 버전은 1999년에 제정된 HTML 4.01 이다. HTML을 XML 형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XHTML 또한 별도로 제정되어 최신 버전은 2001년 발표된 XHTML 1.1 이다.
2011년 현재, 우리는 HTML 4.01 과 XHTML 1.1 형태로 작성된 웹 페이지를 이용하고 있다.
표준이 10년간 머물러 있는 동안에도 웹 기술은 급속하게 발달하였다. 2000년대 중반에는 CSS, AJAX, RSS 등의 최신 기술을 사용해 웹이 콘텐츠 제공 뿐만 아니라 어플리케이션 플랫폼의 역할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Web 2.0 개념이 출현했다.
문제는, 웹브라우저 제조업체들이 자기 브라우저에서만 지원하는 확장 HTML과 부가기능 들을 경쟁적으로 탑재하면서 발생했다. 브라우저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표준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그 때문에, 개발자들은 크로스브라우징(cross-browsing)이라는 취지하에 각각의 브라우저가 가진 기능에 대응하는 별도의 코드를 작성하는 비효율적인 작업을 해야 했고, 사용자들은 크로스브라우징이 고려되지 않은 웹 서비스 때문에 여러 브라우저를 설치해 사용하는 불편을 겪었다. (지금도 여전히 일부 기능 때문에 특정 브라우저를 사용하기도 한다.)
2005년, 당시 웹브라우저 점유율이 극히 낮았던 오페라(Opera), 모질라(지금의 Firefox), 사파리(Safari)와 같은 브라우저 업체 들은 웹 표준을 제정하는 W3C와 Web의 차후 방향에 대해 논의를 하였다.
하지만, W3C는 XML 기반의 XHTML을 보완해 표준으로 제정하려고 했고, 웹브라우저 업체들은 Web 2.0에서 사용된 최신 기술들에 대한 표준 정의와 기존에 브라우저 간에 호환되지 않는 기능들에 대한 해결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서로 지향점이 달랐다.
결국, W3C는 XHTML 2.0 이라는 매우 엄격한 표준을 새로 만들어 냈고, 웹브라우저 업체들은 W3C와 별개로 WHATWG(Web Hypertext Application Technology Working Group)이라는 표준화 기구를 만들어 Web Application 1.0이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표준안 제정을 진행했다.
W3C의 XHTML 2.0은 형식상으로는 완벽하지만 실제 사용하기는 매우 어려웠던 반면, WHATWG의 Web Application 1.0은 진행과정에서 공개적으로 여러 개발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현실적인 사안을 반영했기 때문에, 기존 HTML 과 하위 호환성을 갖는 유연한 표준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결국, W3C는 2007년에 XHTML 2.0을 완전히 포기하고 WHATWG의 표준안을 수용하여 HTML5 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표준안을 제정하고 있다. 지금은 가장 점유율이 높은 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만드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참여하고 있다.
HTML5는 2011년 현재 작업 초안이 공개되어 있는 상태이며, 2012년 3월에 정식 권고안이 나올 예정이라 한다.
웹브라우저 개발사들이 모두 참여해 표준안을 제정하는 만큼 근래에 출시된 웹브라우저들은 모두 HTML5를 지원한다. 일부 브라우저는 제한적으로 지원하기도 하는데, 초안이 최종안에서 변경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 이 글은 베타뉴스(http://betanews.net)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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